솔숲 바람 따라 걷는 강릉 바닷가 커피 한나절





강릉은 바다와 커피, 향토 국수를 하루 안에 엮기 좋은 도시입니다. 북쪽 사천진해변에서 솔숲 카페로 아침을 열고, 남대천 하구의 안목해변 커피거리에서 한낮을 보낸 뒤, 다시 내륙 병산동 옹심이 골목으로 내려와 늦은 점심을 채우는 동선이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사천항을 기준으로 주문진 방향(북쪽)으로 올라가면 곰솔 숲과 백사장을 낀 카페거리가 이어지고, 남쪽 강릉 시내 방향으로 내려와 남대천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에 닿으면 자판기 커피에서 출발한 안목해변 원두 거리가 나옵니다. 거기서 공항 방면 내륙으로 한 번 더 들어가면 강원도 감자를 갈아 빚는 옹심이 골목이 기다립니다. 세 구간 모두 차로 잇는 거리가 짧아, 오전 솔숲 카페-한낮 커피거리 디저트-늦은 점심 옹심이 한 그릇으로 하루를 알차게 짭니다.
강릉 사천진해변 솔숲 오션뷰 카페거리
사천진해변은 사천면 사천진리에 자리한 해변입니다. 사천항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 사천진리해변공원을 지나면 그때부터 카페 건물들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냅니다. 카페거리는 사천진해변에서 시작해 북쪽 하평해변까지 길게 이어지므로, 한 곳만 들렀다 돌아서기보다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자리를 고르는 편이 좋습니다. 하평해변은 사천진해변과 곧바로 맞붙은 사천면 최북단 백사장으로, 두 해변을 잇는 산책로가 그대로 카페 순례 코스가 됩니다.
백사장과 카페 건물 사이를 곰솔(해송) 숲이 띠처럼 가르고 있어, 바다로 곧장 나가기보다 솔숲 산책로를 먼저 통과해 보길 권합니다. 키 큰 소나무 줄기 사이로 백사장과 수평선이 액자처럼 끊겨 보이는 구간이 솔숲 곳곳에 있고, 바닥에는 솔잎이 깔려 모래 위와는 다른 걸음의 감촉이 납니다. 동선은 솔숲 산책로 → 백사장 포토존 → 야외 테라스 → 통창 실내석 순으로 짜면 들렀던 자리를 되짚지 않습니다.
자리를 정하기 전에 살펴볼 지점은 분명합니다. 솔숲이 끝나고 백사장으로 트이는 길목, 방파제와 등대가 한 화면에 들어오는 끝자락, 천장까지 트인 통창 안쪽에서 파도가 들이치는 각도가 좌석마다 다릅니다. 좌석을 고르는 기준은 다음과 같이 나뉩니다.
- 1열 창가 — 파도 소리가 가장 가깝고 수평선이 눈높이에 걸리는 자리
- 소나무 정원 테라스 — 솔숲 그늘을 끼고 앉아 바람을 직접 맞는 자리
- 통창 실내석 — 바람이 강한 날 바다를 가장 길게 담아내는 자리
사천·하평 일대는 해송 숲이 넓게 우거지고 백사장 수심이 얕아, 여름철에는 조용히 물놀이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습니다. 카페 메뉴는 스페셜티 원두를 직접 내리는 브루잉 커피와 진한 라떼, 함께 곁들이는 베이커리가 중심을 이룹니다. 바람이 강한 날은 모래가 날리는 테라스보다 통창 실내석이 편하고, 잔잔한 날은 솔숲 그늘의 테라스 좌석이 바다와 더 가깝게 닿습니다. 사천진리해변공원 쪽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하평해변까지 걸어 올라가며 카페를 고르면, 같은 해안선에서도 솔숲형·통창형·테라스형으로 성격이 다른 가게를 차례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강릉 안목해변 커피거리와 수제 디저트
안목해변은 1980~1990년대만 해도 횟집이 늘어선 평범한 바닷가였습니다. 이 거리의 커피 문화는 뜻밖에도 자판기 커피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교통이 불편해 택시로 드나들던 손님과 기사들이 대기 시간에 해변 자판기 커피를 즐겨 마시면서 자판기가 하나둘 늘었고, 그 한 잔을 들고 바다를 바라보던 강릉 사람들이 거리의 시초를 만들었습니다. 자판기마다 커피·설탕·프림의 비율이 조금씩 달라 미묘하게 맛이 갈렸고, 단골 자판기를 따로 두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거리 한쪽에 옛 자판기가 손에 꼽을 만큼만 남아, 그 앞을 지나며 거리의 내력을 짚어 볼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1세대 바리스타들이 이곳에 정착해 원두커피 전문점을 열면서 거리의 성격이 바뀌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출연진이 안목해변의 커피 전문점들을 차례로 돌며 서로 다른 커피를 맛보는 장면이 방영되자, 안목해변은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습니다. 강릉시가 2009년부터 직접 개최해 온 강릉커피축제는 안목해변을 낀 커피거리 일대에서 매년 가을에 열려, 커피 시음과 바리스타 경연, 공연이 함께 어우러지는 강릉의 대표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거리에는 로스터리 전문점부터 대형 커피전문점까지 다양한 가게가 늘어서, 산미가 살아 있는 핸드드립부터 묵직한 다크로스트 라떼까지 한 거리에서 골라 마실 수 있습니다.
커피거리를 걷는 순서는 해변 산책로 → 자판기 흔적 구간 → 1세대 로스터리 → 디저트 매대로 잡으면 한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커피와 짝을 이루는 디저트도 이 거리의 볼거리입니다. 강원도 농산물인 감자·고구마·밤을 소로 넣어 구운 고소한 수제 만쥬, 커피와 인연이 닿아 생겨난 강릉커피빵·커피콩빵, 진한 커피와 어울리는 타르트가 대표적입니다. 디저트 점포를 고를 때는 다음을 먼저 살피면 실패가 적습니다.
- 현지 손님이 오래 머물며 자리를 채우는 가게
- 굽는 냄새가 매대 앞까지 진하게 퍼지는 곳
- 갓 구운 빵이 계속 새로 채워지는 카운터
커피 한 잔과 디저트를 들고 방파제 끝까지 걸어 나가면 강릉항(안목항)의 여객선 선착장과 방파제 등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변 산책로-방파제-등대로 이어지는 짧은 동선을 끼워 두면, 카페에서 자리만 채우다 돌아서지 않고 바다와 항구를 함께 둘러볼 수 있습니다.
강릉 병산동 옹심이 마을 맛길
안목해변에서 공항길 방면으로 들어오면 병산동 일대에 감자옹심이와 감자전을 내는 식당들이 모인 골목, 이른바 옹심이 마을이 있습니다. 옹심이는 정선·영월 등 강원 남부와 강릉·삼척 등 영동에서 즐겨 먹어 온 향토 음식으로, 곱게 간 감자를 동글동글 빚어 멸치 육수에 채소와 함께 쫄깃하게 끓여냅니다. 강릉에서는 장칼국수, 초당순두부와 더불어 지역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꼽힙니다.
맛의 비결은 감자 손질에 있습니다. 진부·대관령 일대에서 난 강원도 감자를 강판에 곱게 갈아 면보(자루)에 넣고 감자물을 꼭 짜내면 아린 맛이 가시고 색도 고와집니다. 짜낸 물을 한동안 가라앉혔다가 윗물을 따라내면 바닥에 흰 전분이 가라앉는데, 이 전분을 짜 둔 감자 건더기와 다시 섞어 소금으로 간한 뒤 동글동글 떼어 끓는 육수에 넣으면 탄력 있고 쫄깃한 옹심이가 됩니다. 가게마다 전분과 건더기의 비율, 육수에 더하는 다시마·건새우 같은 재료가 달라 같은 옹심이라도 식감과 국물 맛에 차이가 납니다.
메뉴는 크게 둘로 나뉩니다. 칼국수 면과 옹심이를 함께 넣은 칼국수옹심이는 면의 부드러움과 옹심이의 쫄깃함을 같이 즐기기 좋고, 옹심이만 넣은 순 옹심이는 감자 본연의 맛이 더 진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 강판에 간 감자를 도톰하게 부쳐낸 감자전을 곁들이는 것이 이 골목의 정석입니다. 가게를 고를 때는 직접 농사지은 감자를 쓰는지, 육수가 맑게 우러났는지, 김가루와 깨를 넉넉히 올려 고소한 맛을 내는지를 살펴보세요. 점심·저녁 시간대에는 현지 손님이 몰리니, 골목을 한 번 둘러본 뒤 자리 회전이 빠른 집을 고르면 기다림을 줄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