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로컬 재료 따라 걷는 제주 시장 미식 산책

제주 시내 동문전통시장 8번 게이트 야시장 푸드스트리트부터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삼도동 흑돼지 거리까지, 제철 로컬 재료를 손으로 고르고 입으로 확인하는 미식 골목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청과·수산·건어물이 오가는 재래시장의 낮 풍경, 화구 앞에서 굽는 야시장의 밤, 통유리 너머 근고기를 썰어내는 흑돼지 골목까지 제주 동·서·시내를 잇는 먹거리 동선을 차례로 따라가 봅니다. 같은 흑돼지라도 야시장에서는 한입 꼬치로, 흑돼지 거리에서는 두툼한 근고기로 만나고, 오메기떡 역시 동문 야시장 부스와 서귀포 떡집에서 결이 조금씩 다르게 나오니 두 시장을 비교하며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제주 동문전통시장 야시장 푸드스트리트

동문전통시장은 1945년 광복과 함께 형성된 제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상설시장입니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멀지 않아 도착 첫날이나 떠나기 전 들르기 좋은 자리에 있고, 청과·수산·건어물·떡·반찬 점포가 골목별로 모여 있어 낮에는 장을 보러 온 도민과 여행자가 함께 오갑니다. 재래시장은 대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해가 지면 8번 게이트 일대 통로에 푸드 부스가 들어서며 야시장으로 바뀝니다. 야시장은 오후 6시 무렵 시작해 자정까지 이어지며, 연중 큰 휴무 없이 운영됩니다.

야시장 푸드스트리트는 8번 게이트 안쪽, 길지 않은 직선 통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30m 남짓한 구간에 30여 개 부스가 빼곡히 들어서 양쪽으로 화구와 철판이 이어지고, 음식 대부분이 손에 들고 걸으며 먹는 한입 단위로 나옵니다. 가격대는 대체로 5,000원에서 9,000원 사이여서 한 부스에서 배를 채우기보다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조금씩 맛보기에 부담이 적습니다. 통로 폭이 넓지 않아 사람이 몰리는 주말 저녁에는 문을 여는 시간대에 맞춰 일찍 들어서는 편이 동선이 수월합니다.

대표 먹거리는 전복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린 전복 계란김밥입니다. 즉석에서 계란을 부쳐 김밥을 말고 그 위에 손질한 통전복을 얹어 토치로 한 번 더 그을려 내는 것이 특징으로, 동문 야시장의 시그니처로 불립니다. 여기에 다진 새우살을 식빵 사이에 넣어 튀긴 딱새우 멘보샤, 제주 당근을 갈아 넣은 당근 핫도그, 우도 땅콩으로 만든 땅콩 아이스크림이 제주 식재료를 앞세운 한입 메뉴로 나란히 자리합니다. 흑돼지는 꼬치·오겹말이·구이로 조리법을 달리해 굽고, 흑우 초밥과 딱새우회·딱새우장 덮밥도 부스마다 구성에 변주가 큽니다.

떡류로는 차좁쌀을 익반죽해 팥소를 넣고 통팥으로 겉을 버무린 오메기떡, 메밀전에 무채 소를 넣어 돌돌 만 빙떡을 함께 맛볼 수 있습니다. 음료는 한라봉과 감귤을 즉석에서 짜내는 생과일 주스가 많아, 기름진 튀김·구이 사이에 곁들이면 입을 정리하기 좋습니다. 손에 들고 걷기 좋은 김밥·꼬치·핫도그류와, 자리에 앉아 먹어야 하는 회덮밥·초밥류를 미리 나눠두면 통로에서 헤매지 않습니다.

몇몇 부스에서는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화염을 다루는 불쇼와 토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데, 제주산 귤껍질에서 추출한 기름을 연료로 쓰는 곳도 있습니다. 부스를 고를 때는 입구에서 곧장 메뉴를 정하기보다 8번 게이트 통로를 한 바퀴 돌며 점포를 비교하는 편이 낫습니다. 줄이 긴 부스, 철판에서 연기와 냄새가 강하게 올라오는 자리, 재료를 눈앞에서 손질하는 가게를 먼저 확인하세요. 회덮밥이나 초밥은 시장 안쪽 좌석 공간이나 인근 수산 점포에서 자리를 잡고 먹는 편이 편합니다.

  • 전복 계란김밥 · 통전복을 올려 토치로 그을린 동문 야시장의 시그니처
  • 딱새우 멘보샤 · 다진 새우살을 식빵에 넣어 튀긴 제주식 한입 튀김
  • 제주 당근 핫도그·우도 땅콩 아이스크림 · 제주 식재료를 앞세운 길거리 디저트
  • 흑돼지 꼬치·오겹말이 · 화구 앞에서 바로 굽는 한입 구이
  • 오메기떡·빙떡 · 차좁쌀과 메밀로 만든 제주 전통 떡
  • 한라봉·감귤 생과일 음료 · 즉석에서 짜내는 제주 감귤류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로컬 먹거리 골목

서귀포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매일올레시장은 아케이드 지붕을 덮은 상설시장으로, 바다와 가까워 수산물 비중이 높고 감귤·한라봉 같은 서귀포 특산 과일이 사철 들어옵니다. 지붕이 덮여 있어 비가 오거나 한여름 볕이 강한 날에도 통로를 따라 끝까지 걸을 수 있고, 회·해산물을 다루는 점포는 시장 안쪽에 모여 있어 포장과 즉석 시식이 모두 가능합니다. 한라봉·감귤 같은 과일 점포는 택배 발송을 받는 곳이 많아, 무겁게 들지 않고 집으로 부칠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의 4대 명물로는 오메기떡, 마늘통닭, 꽁치김밥, 모닥치기가 꼽힙니다. 꽁치김밥은 손질한 꽁치 한 마리를 통째로 넣고 머리와 꼬리를 김 밖으로 내어 마는 것이 특징입니다. 꽁치의 등 푸른 살과 밥, 채소가 한 줄에 들어가 비린 맛 없이 고소하게 떨어지며, 꽁치김밥 전문점으로는 우정회센타가 오랜 명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마늘통닭은 마늘 육수에 닭을 숙성한 뒤 다진 마늘을 듬뿍 올려 깨끗한 기름에 튀겨내, 마늘 향이 진하면서도 뒷맛이 산뜻합니다. 마늘통닭은 마농치킨(옛 중앙통닭)이 대표 점포로 꼽힙니다. 모닥치기는 떡볶이·튀김·전·만두·순대 같은 분식 메뉴를 한 접시에 모아 달걀과 소스를 끼얹은 서귀포 토박이 음식으로, 한 접시로 여러 분식을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일행이 나눠 먹기 좋습니다. 모닥치기는 새로나분식 같은 분식점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오메기떡은 차조 가루를 익반죽해 팥소를 넣고 겉을 통팥으로 버무려 만드는 제주 전통 떡으로,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의 이름을 널리 알린 간식입니다. 동문 야시장의 오메기떡과 견주어 보면 떡집마다 팥소 단맛과 겉 통팥의 알갱이 정도가 달라, 두 시장을 모두 들른다면 비교해 맛보기 좋습니다. 여기에 한라봉 즉석 음료를 더하면 시장 한 바퀴로 식사와 간식이 함께 해결됩니다.

점포를 고를 때는 입구에서 메뉴를 정하기보다 통로를 한 바퀴 돌며 비교하는 편이 좋습니다. 줄이 길게 늘어선 점포, 튀김 기름과 양념 냄새가 강한 자리, 현지 손님이 자리를 잡고 머무는 가게를 먼저 확인하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꽁치김밥·마늘통닭처럼 들고 걷기 좋은 메뉴와, 모닥치기처럼 앉아 나눠 먹는 메뉴를 섞어 동선을 짜면 시장을 한 번에 훑기 수월합니다.

제주 삼도동 흑돼지 거리

제주시 삼도동 일대에는 흑돼지 전문 구이점이 골목을 따라 모여 있습니다. 제주 흑돼지는 제주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적응해 체질이 강건하고 질병 저항성이 강한 재래종으로, 살코기와 비계가 층을 이룬 오겹살, 두툼한 목살이 이 거리의 주재료입니다. 순수 혈통의 제주 재래흑돼지는 2015년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1986년 멸종 위기에 놓인 재래흑돼지를 도내에서 수집해 순수 계통으로 증식해 온 종자 보전의 결과입니다. 거리에서 굽는 흑돼지는 식용으로 사육·출하되는 개량종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순수 재래종과는 구분됩니다.

이곳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은 두툼하게 썰어내는 ‘근고기’입니다. 근고기는 양념하지 않은 생고기를 두껍게 썰어 무게 단위로 주문하는 제주식 방식으로, 겉은 바삭하게 굽고 속은 육즙을 가둔 채 익혀 가위로 잘라 먹습니다. 두께가 있어 굽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비계 쪽을 먼저 불판에 세워 기름을 녹이고 살코기 면을 천천히 익히는 순서로 굽습니다. 화산석 돌판이나 불판 위에서 비계의 식감과 기름이 빠지는 정도를 보며 익히는 굽기 과정 자체가 이 거리의 묘미입니다.

구이의 핵심은 멜젓입니다. 멜젓은 멸치(제주말로 ‘멜’)를 삭힌 젓으로, 서귀포 일대에서 잡히는 큰 멸치를 염장해 담급니다. 불판 한쪽에서 보글보글 끓여 구운 흑돼지를 찍어 먹는데, 짭조름하고 감칠맛이 강한 멜젓은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제주만의 곁들임으로, 끓는 멜젓 국물에 두툼한 근고기를 찍어 먹는 것이 흑돼지를 가장 제주답게 즐기는 방식으로 꼽힙니다. 양념 없이 굽는 고기의 고소함을 끌어올려 주는 짝입니다.

거리에 들어서면 가게마다 고기 두께와 부위 구성, 멜젓 운용 방식이 조금씩 다르니 통유리 너머 불판 상태와 손님 회전을 보고 고르세요. 흑돼지구이에는 보통 김치·콩나물·된장찌개가 곁들여지고, 마무리로 볶음밥이나 냉면, 멜젓에 비벼 먹는 밥을 더하는 집이 많습니다. 양념하지 않은 근고기에는 쌈채소와 굵은소금, 멜젓을 함께 두고 한 점씩 다르게 찍어 오겹살과 목살을 번갈아 맛보면 부위별 식감과 기름의 차이를 비교하기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