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빛 골목부터 한강 야경까지, 서울 먹거리 산책

종로 한복판의 광장시장부터 신당동 즉석떡볶이 골목, 여의도 한강공원의 야간 푸드트럭까지, 서울의 서민 먹거리 문화를 대표하는 세 곳을 모았습니다. 오래된 시장 골목의 손맛과 도심 강변의 밤 풍경을 함께 맛보고 싶은 분께 어울리는 코스입니다.

광장시장 녹두 빈대떡 먹거리 골목

광장시장은 종로4가와 5가에 걸쳐 있는 100년 넘은 상설시장입니다. 청계천의 광교와 장교 사이에 자리해 두 다리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온 광장(廣藏)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1904년 시장을 운영하는 광장주식회사가 설립되며 본격적인 역사가 시작됐습니다. 원래는 포목과 한복, 직물을 다루던 도매시장이었고, 지금도 1층 점포 사이로 포목부와 구제 의류, 수입 그릇을 파는 매장이 이어집니다.

방문객 대부분이 찾는 곳은 시장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먹자골목입니다. 이곳의 간판 메뉴는 맷돌에 간 녹두 반죽을 큼직한 무쇠 철판 위에서 기름에 지져내는 녹두 빈대떡입니다. 반죽에 숙주와 고사리, 돼지고기를 섞어 부치고,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는 것이 이 골목의 오래된 조합입니다. 또 하나의 명물은 마약김밥으로, 김에 단무지와 밥만 넣어 가늘게 만 꼬마김밥을 와사비와 간장을 섞은 소스에 찍어 먹습니다.

먹자골목에는 빈대떡과 마약김밥 외에도 육회, 만두, 수수부꾸미, 순대, 칼국수, 냉면, 생선회까지 300종이 넘는 먹거리가 늘어서 있습니다. 점포를 고를 때는 입구에서 바로 자리를 잡기보다 골목을 한 바퀴 돌며 살피는 편이 좋습니다. 녹두를 즉석에서 가는 맷돌이 돌아가는 빈대떡집, 육회를 붉은 빛 그대로 썰어 올리는 육회 골목, 줄이 길게 늘어선 마약김밥 노점을 차례로 확인하면 무엇을 먹을지 정하기가 한결 쉬워집니다. 좌석이 좁은 합석 구조가 많으니, 여럿이 갔다면 몇 가지를 나눠 시켜 돌려 먹는 방식이 잘 맞습니다.

신당동 떡볶이 타운 먹거리 거리

신당동 떡볶이 타운은 신당역 부근에 떡볶이 전문점이 모여 형성된 거리입니다. 이곳 떡볶이의 특징은 양념에 미리 버무려 파는 길거리 떡볶이가 아니라, 넓은 냄비에 가래떡과 고추장 양념, 채소, 라면사리를 함께 넣고 손님 앞 테이블에서 직접 끓여 먹는 즉석떡볶이라는 점입니다. 끓이는 동안 양념이 떡과 사리에 배어들고, 국물이 졸아들수록 맛이 진해지는 방식입니다.

신당동이 떡볶이로 유명해진 출발점은 마복림 할머니입니다. 6.25 전쟁 직후인 1953년 신당동에서 떡볶이 좌판을 시작하면서 고추장 양념을 입힌 떡볶이를 선보였고, 이것이 전국으로 퍼진 고추장 떡볶이의 원형으로 꼽힙니다. 이후 같은 골목에 떡볶이집이 잇따라 들어서며 오늘의 떡볶이 타운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마복림 할머니의 비법을 이어받은 점포들이 거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문할 때는 기본 떡볶이에 추가할 사리를 고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라면사리와 쫄면, 당면, 만두, 어묵, 삶은 달걀, 치즈를 취향대로 더할 수 있고, 떡볶이를 다 먹은 뒤 남은 양념에 밥과 김가루를 넣어 볶아 먹는 볶음밥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이 거리의 정석입니다. 가게마다 양념의 단맛과 매운맛 비율이 조금씩 다르니, 거리를 둘러보며 끓고 있는 냄비의 색과 손님 구성을 살펴 고르면 좋습니다.

여의도 한강공원 밤빛 야시장 푸드트럭거리

여의도 한강공원의 야간 푸드트럭 거리는 서울밤도깨비야시장으로 불리는 행사입니다. 2015년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시범 운영으로 시작해 이듬해 상설 행사로 자리를 잡았고, 한국에 푸드트럭 문화를 정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해가 진 뒤 한강 둔치를 따라 푸드트럭과 부스가 줄지어 불을 밝히는 것이 이 거리의 풍경입니다.

현장은 구역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음식을 파는 푸드존에는 세계 각국 요리를 선보이는 푸드트럭이 모여 있고, 핸드메이드존에서는 부스마다 수공예 제품을 판매합니다. 무대가 설치된 이벤트존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입구에는 행사 안내를 돕는 종합 플랫폼이 자리합니다.

둘러보는 순서를 잡는다면, 입구 안내 플랫폼에서 그날의 푸드트럭 배치를 확인한 뒤 푸드존을 한 줄로 훑으며 메뉴를 비교하는 방식이 편합니다. 음식을 받아 한강을 마주 보는 둔치 잔디나 계단에 자리를 잡으면 강 건너 도심의 불빛과 다리 야경을 배경으로 식사할 수 있습니다. 야외 행사인 만큼 운영 기간과 시간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므로, 방문 전 서울밤도깨비야시장 공식 안내로 일정을 확인하고 가는 것을 권합니다.